모든 독서가 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동안 경험을 통해 배운, 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룰(Rule of Thumb)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독서를 통한 성장은 다음의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만약 하나라도 0이라면 성장은 0이 될 것이다.(최악의 경우 음(-)의 성장을 할 수도 있다.)
독서를 통한 성장 = 어떤 책을 읽는가? x 책을 어떻게 읽는가?
먼저 “어떤 책을 읽는가?”부터 살펴보자.
도움이 되는 첫 번째 기준은 누가 쓴 책인지를 충분히 검증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누구나 책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시대에는 이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는 마치 대학생이 조언을 구할 대상을 구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대학교 신입생에게 3학년 선배는 아는 것이 많은 어른처럼 느껴지지만 중요한 통찰에 있어서 둘의 생각의 깊이는 보통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성장하고 싶은 대학생이라면 3학년 선배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 조교님, Alumni에게 배워야 할 것이다. 사실 교수님, 조교님, Alumni라고 뭘 꼭 잘 아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마트한 대학생이라면 역으로 그들을 검증까지 할 것이다.
좋은 책을 고르는 과정은 이와 유사하다. 정말로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 쓴 책을 골라야 한다. 여기서 ‘정말로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은 다음을 의미한다.
정말로 배울 것이 있는 사람 = 해본 사람 x 지속해서 성과를 낸 사람
즉, “Been there, done that. Several times.”이다. 그리고 한번 해본게 아니라 여러번 해봤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경영 관련 책을 골라보자.
좋은 책들로는 삼성전자의 전 회장이셨던 권오현 회장님의 초격차나 Intel의 CEO였던 Andy Grove의 High Output Management, a16z의 파트너 Ben Horowitz의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Paypal의 CEO였던 Peter Thiel의 Zero to One 같은 책들이 있을 것이다. Netflix의 CEO Reed Hastings의 No Rules Rules도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
이 기준에 따라 안좋은 책들은 성공 경험이 아직 없거나 성공 Streak이 짧은 컨설턴트나 대학교 교수가 쓴 책일 것이다.(물론 예외는 있을 것이다. 난 ‘국룰’(Rule of thumb)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직접 경영을 해보지 않았으며, 조언을 했던 것이고, 아직 충분한 시간에 걸쳐 연속해서 조언이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론은 아직 Battle tested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에 도움이 안될 수 있다.
이 기준에 직접적으로 부합하지는 않지만, 같은 맥락에서 부합하는 책으로는 ‘정말로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 직접 쓰진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해서 쓴 책들이 있다. Steve Jobs를 인터뷰해서 쓴 Steve Jobs나 구글의 핵심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해서 쓴 The Google Story 같은 책들이 그러한 책들이다.
“어떤 책을 읽는가?”에 도움이 되는 두번째 기준은 충분히 오랜 시간 살아남은 책인지 검증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실천해서 실질적인 변화까지 연결시켜야 한다. 이 변화가 긍정적이면 성장인 것이고,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안좋아졌다면 성장하지 못한 것인데, 오랜 시간 살아남은 책의 경우 이 변화가 거의 항상 긍정적이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그 책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과 시장의 힘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강력한 필터다.
여기서 ‘충분히 오랜 시간 살아남은 책’이라는 것은 다음을 의미한다.
충분히 오랜 시간 살아남은 책 = 5년 이상 생존한 책
이 기준에 따라 경영 관련 책을 골라보자.
좋은 책들로는 10년 넘게 생존해온 Al Ries & Jack Trout의 Positioning, Jin Collins의 Good to Great, Eric Ries의 The Lean Startup,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같은 책들이 있을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안좋은 책들로는 잠깐 유행했다 사라진 수많은 책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책들이 몇개가 있는데, 굳이 적지는 않겠다.
위 두가지 기준을 염두에 두고 책을 고른다면 성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책을 고르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한 단계가 더 남아있다.
좋은 책을 골랐더라도 이를 잘 읽어내지 못한다면 여전히 독서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책을 어떻게 잘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논문을 잘 읽는 것과 비슷한 활동이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본다면 다음과 같다.
책을 잘 읽는다 = 저자는 왜 이렇게 썼을까? x 확실한 정보인가? x 나는 이걸 어떻게 쓸까?
먼저 “저자는 왜 이렇게 썼을까?” x “확실한 정보인가?”를 모든 문장마다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성장해야지”라는 동기가 있듯이 저자에게는 “정보를 잘 전달해야지”라는 동기가 있다. 따라서 수준 있는 저자는 모든 문장 뿐 아니라 모든 단어마다 선택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 이유까지 생각해보며 책을 읽어야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평소에 친구, 동료들과 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글로 전달되지 않는 맥락이 얼마나 많은가? 만약 글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100% 가능했다면 인류의 커뮤니케이션은 글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것은 글의 한계이다.(전달력과 투입 시간, 그리고 재사용 간의 Trade-off가 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저자와 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즉 한계가 있는 수단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그것도 일방향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수준 있는 저자는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최대한 맥락을 담아두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 맥락을 활용하는 독서를 하지 못한다면 이 지점에서 독서를 통한 성장에 심각한 병목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동기(정보를 잘 전달해야지) 때문에 저자는 간혹 자신의 논리를 위해 확실하지 않으나 확실한 것처럼 정보를 적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Fact라고 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에 있어 한 번씩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다.
현실적으로 모든 문장에 대해서 Fact check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 살아남은 책인지가 중요하다. 오래 살아남은 책은 Battle tested fact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정보에 있어서는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며 틀려진 사실이 있을 수도 있고, 책을 읽고 나서 실행할 때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Bill Gates는 책을 읽으면서 “제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내가 동의하는 말 좀 해줘“라고 종종 생각한다고 한다.(다음 영상 내용 일부)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결국 ‘성장’이라는 목적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독서는 실천적 지식까지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어떻게 쓸까?”를 모든 문장마다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을 다 읽은 뒤에 그 모든 고민을 다 기억하고 실행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실천적 지식을 남기는 국룰(Rule of Thumb)은, 책을 읽을 때는 문장마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되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지금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정보 하나’만 남기는 것이다.
나는 이걸 어떻게 쓸까? = 지금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정보 하나
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을 읽는다면 그 안에는 ‘Superstar vs Rockstar 개념’도 있고 ‘Radical Candor(개인적 관심 x 직접적 대립)’ 개념도 있다. 책을 읽을 때는 문장마다 “나는 Superstar vs Rockstar 중 무엇일까, 우리 팀원들은 어떨까, 나는 개인적 관심 x 직접적 대립 사분면에 와있을까?” 등을 고민하면서 읽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지금 필요한 가장 중요한 Radical Candor만 챙긴다.
예를 들어 ‘High Output Management’를 읽는다면 그 안에는 ‘생산 원리’, ‘회의’, ‘조직 구조’, ‘문화’가 있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지금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직 구조’만 챙긴다.
그러면 나머지 정보들은 어떻게 하는가?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읽고 그때는 새 정보를 남기면 된다.
어차피 처음부터 여러 정보를 남겨보아야 실천하지 못한다. 한 정보를 남기고 미친척 실천하다 보면 습관처럼 하게 된다. 그 뒤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이제는 새로운 실천적 지식을 남길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실천적 지식을 주제를 자주 바꿔가며 쌓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충분히 내재화되기 전에 다른 정보로 넘어가면 기존 실천적 지식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보통 ‘지금 필요한’ 이라는 맥락은 짧으면 1개월, 길면 3개월(어느 Pace로 인생을 사느냐에 따라 연단위가 될 수도 있다)은 가기 때문에 그 동안에는 같은 주제에 대해서 계속 책을 읽는 것 또는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간혹 ‘The Lean Startup’처럼 책 전체가 하나의 정보만을 전달하려 하며 그것을 설명하는 형태로 작성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하나의 정보’(이 경우에는 ‘실패의 비용을 최소화하며 불확실성을 제거해야한다’)는 무조건 남기고, 중요한 행동 원칙들은 최대한 모두 남겨 실천적 지식화해야 한다.(이런 독서는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The Lean Startup은 엄청난 명저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매우 잘못 읽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주제에 대해 실천적 지식을 쌓아갈 때 큰 도움이 되었던 멘탈리티가 있다.
고등학생 때 공부하며 가졌던 멘탈리티인데 다음과 같다.
“적어도 시험 범위에 있어서는 선생님보다도 내가 그 과목에 대해 더 전문가가 되겠다”
나는 어떤 주제에 대한 실천적 지식을 쌓을 때, 이게 가장 필요한 기간에는 적어도 이 주제에 있어서는 초일류가 되겠다는 것을 성장의 목표로 한다.
내가 재무 전반에 걸쳐서 몇개월 만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투자 유치에 있어서는 몇개월만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내가 기업문화 전반에 걸쳐서 몇주 만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피드백’ 한정으로는 몇주 안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실천적 지식을 쌓으면 가장 필요한 일들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언제나 해낼 수 있었다.
위와 같은 기준으로 ‘성장을 위한 독서’를 하면 독서는 굉장히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 독서의 Pace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1주 1권 ~ 2주 1권을 추천한다. 1달 1권은 독서가 성장의 동력이 되기에는 너무 적다.
글이 길어졌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독서가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독서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가에 달려있다.정말로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 쓴 충분히 오랜 시간 살아남은 책이 좋은 책이다.
이는 직접 실천해봤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본 사람이 쓴 5년 이상 생존한 책이다.이런 책을 골랐더라도 책은 잘 읽어야 한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단어 단위로 저자의 의도를 곱씹으며 읽고, 나는 이 정보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며 읽는 것이다.
책에 있는 모든 정보를 한번에 다 활용할 수는 없다. 실천적 지식으로는 책 당 한 정보만 남겨도 충분하다.(대신 진짜 실천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