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안에 스타트업의 지상가치가 성장에서 생존으로 바뀌었다.
성장이 최고의 가치였던 세상에서는 자본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라는 압박이 큰 대신에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투자를 수백억 단위로 크게 받고 큰 사무실로 이동하고 대규모 채용을 하고 TV 광고를 하는 주변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솔직히 나도 흔들렸던 때가 있다. 우리 라이너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수백번 물어봤었다.
조금 지나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솔직히 투자 시장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게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될 줄은 거의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시기를 잘못 판단한 채로 현금을 잘못 활용하고 고정비를 과다하게 증가시킨 조직들이 위기에 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라이너는 투자 시장이 얼어붙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만들어낸 고객 성장과 글로벌 사업이라는 특성, 그리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실제로 쓰이는) AI 기술 개발이라는 Upside를 통해 110억원의 시리즈 B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다.
그 뒤에 이어진 나의 고민은 ‘어떻게 라이너를 생존의 세상에 걸맞는 조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였다. 다만, 생존의 세상에 있다고 성장을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성장은 결국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라도 다른 스타트업들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그것이 곧 고속성장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생존의 세상에서 고속성장을 하기 위해서 라이너가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은 다음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투자 시장이 움츠러든 세상에서, 고속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수식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표현해보았다.
목표 = 투자 시장이 움츠러든 세상 x 고속성장
이렇게 표현하고 나니 각 항은 각각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투자 시장이 움츠러든 세상 = ARR(구독 매출) → PSR(매출) → PER(이익) 기반 사고로의 회귀
고속성장 = 기술 기반 제품(High Satisfaction with Low Cost & Retention) x 이익 기반 마케팅(Sustainable Growth)
이에 따라 이번 단계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익’과 ‘제품’, 그리고 ‘기술’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번 단계란 현 시장 상황에서 라이너 시리즈 B 이후를 의미한다. 다음 단계에서 시장 상황이 바뀌어있다면 다른 고속성장 기조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목표 = 투자 시장이 움츠러든 세상 x 고속성장 = 이익 x 제품 x 기술
그래서 나는 요즘 이익과 제품, 그리고 기술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이익’이란 무엇인가에 집중하며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 경영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라이너는 앞으로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도 나와있지만 오늘은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라이너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영 기법에 대해서만 짧게 정리해보고자 한다.(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의 창업자이다. 그는 ‘이익’에 집중하는 경영자다. 단순히 말로만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큰 적자를 기록하던 JAL을 단기간 내에 흑자 기업으로 바꾼 성과를 보여준 경영자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기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매출은 최대로, 비용은 최소로’이다.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는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그것을 대체 어떻게 수십년째 해내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조금 읽어보니 교세라에는 실제로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방식의 회계 기법이 적용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교세라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 상장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회계 기법을 사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건전한 경영을 60년 넘게 이어왔다는 것이었다.
우선, 재무 회계와 관리 회계를 구분한다.
재무 회계는 외부 보고용이다. 관리 회계는 채산성 향상을 위한 독자적인 회계다. 즉,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 경영은 회계 자료를 경영에 도움이 되는 형식으로 바꿔쓴다. 이 때, 매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공헌이익)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꿔써야 한다. 회계상의 상식에 얽매이면 안된다. 바꿔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교세라의 방식이 소개되어있었으나 이것이 라이너에 적합한지는 모르겠다. 최근 라이너에서는 Unit Economics(Average Margin Per User) x Unit Scale(Users)를 Cohort 기반으로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것이 라이너에서의 관리 회계의 시작점이 될 것 같다.
관리 회계를 구분한 뒤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결정이다.
라이너의 경우 현재 주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와 구독이므로 이 가격 결정 원칙은 eCPM과 구독 모델의 가격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잘 정해야하는 부분이지만, 판매 가격은 기본적으로 공급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관리를 한다기보다는 꾸준히 잘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격을 마냥 싸게 매기는 것은 답이 아니다. 가격을 싸게 매기면 누구라도 팔 수 있다. 그것은 경영이 아니다.
그 뒤에는 다음의 7가지 실천 원칙을 지킨다.
현금 베이스 경영 -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수중의 현금 뿐
일대일 대응 - 돈이든 물건이든 움직이면 반드시 전표 처리
근육질 경영 - 고정비 증가를 경계
완벽주의 - 숫자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경영 판단을 그르치게 되며, 경영자가 미시적인 업무까지 충분히 숙지
이중 체크 - 엄격한 시스템
채산성 향상 - 부가가치(공헌이익)를 늘리기 위한 지혜를 짜내는 독립된 경영 주체들로 조직화
투명 경영 - 진리를 거역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 도피한다면 파탄에 이를 것
라이너의 경우 이 중에서 특히 다음의 3가지에 먼저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것들도 중요하지만 더 잘해야 하는 요소)
가용한 현금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현금 베이스 경영)
더 큰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불필요한 지출을 섬세히 경계(근육질 경영)
라이너는 당분간 ‘부가가치’를 늘리기 위해 지혜를 짜내는 하나의 팀이라는 것을 강조(채산성 향상)
마지막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와 관련된 이나모리 가즈오의 조언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투자에는 때가 있다. ‘때’라고 확신한다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정비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 이는 간접 인원 수를 절대 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설비 투자에 가속도가 지나치게 붙은 것처럼 보여도, 그것을 바탕으로 투자를 멈추는 것을 판단하면 안된다. 경영이익률이 상승하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투자 판단을 하여야 한다. 매출이 늘었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이익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리와 세금이 어떻게 변할지를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위와 관련해, 지금의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라이너는 지금이 ‘때’라고 생각한다.
정보 탐색이 혁신될 때(ChatGPT도 이 중 하나)
다른 회사들이 나아가지 못할 때 나아갈 수 있는 때
강력한 문화를 바탕으로 회사로서 큰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때
라이너는 이미 고정비가 낮은 스타트업이다. 앞으로도 간접 인원 수를 관리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가가치(공헌이익)이다.
라이너는 이미 매월 수백만명의 활성 사용자가 모여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따라서 변동비를 낮추고(이익 기반이 아닌 마케팅비의 최소화) 활성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늘리는 활동을 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라이너는 여기에 투자해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아진 뒤(몇개월 뒤로 예상)에는 이익에 기반한 마케팅을 통해 이 시장에서도 고속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라이너가 지금으로부터 최단시간 내에 유니콘이 되는 길이다.
금리와 세금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이전보다 훨씬 자세히 살펴보는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오늘로부터 약 3개월 뒤에 나의 이러한 생각들이 라이너에서 어떻게 실천되었고 어떤 성과로 연결되었는지 공유하겠다.
god damn....
great, awesome, genius, l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