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마치고 편집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인터넷에 올리면 수십만, 수백만의 사용자가 바로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던 20대 초반의 제가 있었습니다.
그 뒤 오랜 시간 동안 만든 제품을 결국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러다 위대는 커녕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것 아닐까 두려워했던 20대 중반의 제가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을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위대해지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는 그러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습니다. 정말 가슴이 시켰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시아의 글로벌 스타트업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저와 제 친구 스타트업들이 노리는 시장보다 10배에서 100배 큰 시장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을까 두려웠던 저는 이대로는 심지어 성공한다 해도 한국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자 절박해졌습니다.
그 절박함은 글로벌한 임팩트를 반드시 내야한다는 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것은 10배에서 100배의 임팩트를 내는 인생을 사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20대 중반의 제 인생은 그때 '글로벌하게 임팩트를 내는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아닌 인생을 살 것인가' 나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By default, '그것이 아닌 인생을 살 것인가'는 '실패'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어느 순간 두려움이 없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냥
(1) 글로벌한 임팩트에 도전하다가 성공하거나
(2) 글로벌한 임팩트에 도전하다가 실패하거나
(3) 그냥 이대로 한국이라는 우물에서 도전하다가 성공하거나
(4) 실패하거나
(1)~(4) 4가지 중 하나의 인생을 살게 될 것이었습니다. (1)을 제외하면 다 실패이니 당연히 (1) 미국에 가서 글로벌한 임팩트를 내려고 도전하다가 성공하는 것에 도전해야 했습니다.
해야할게 명확해지니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두려움은 없어졌지만 절박함은 남았습니다.
이 절박함은 그동안 헌신해온 아이노갤러리를 정리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절박함은 미친척하고 Chanmin Brian Woo과 실리콘밸리에 에어비앤비 방 잡고 넘어가게 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절박함은 미친척하고 일주일에 앱을 하나씩 만들게 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절박함은 미친척하고 나온지 2주 밖에 안된 라이너 앱을 가지고 글로벌한 스케일의 네이버를 만들겠다고 Sungmoon Cho를 설득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절박함은 "유틸리티의 왕인 에버노트도 힘든데 너네가 되겠어?"라는 당시의 컨센서스를 이겨내고 이지애 상무님을 설득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절박함은 많은 사람들이 표현했던 "고작 형광펜" 따위로 글로벌 성장하며 BEP를 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절박함은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라이너 처음의 꿈인 '초개인화된 웹'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비록 이 절박함은 저를 가끔 힘들게 하지만, 대신 지금의 라이너라는 멋진 제품과 멋진 팀을 제게 선물해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30대 초반이 되었습니다.
처음 제품을 만들던 20대 초반의 저와 지금의 저는 겉으로는 많이 다른 사람, 상황이 되었지만 그 속에 있는 '위대해지고 싶다는 절박함'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이 절박함이 저와 우리 라이너를 위대함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듯이.
날아라 라이너.